[활동이야기]

11월20일자 <미디어오늘>에 난 탈시설 관련 기사

  • 2010.11.22 13:44:42
  • https://www.footact.org/post/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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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여행에 와서 윤국진, 박현 씨를 취재했던 이정환 기자가 기사를 썼네요.
저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곳이 바로 꽃동네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그래서 <꽃동네가 나에게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라는 제목이 확!!!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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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꽃동네, 나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인터뷰]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윤국진·황인현씨.

2010년 11월 20일 (토) 11:42:13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사람들은 그에게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
그러나 윤국진씨는 "그곳은 나에게 감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올해 34세,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 윤씨는 장애인 복지시설 음성 꽃동네에서 20년 동안 살고 있다.
선천성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윤씨는 시설을 떠나 자립 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충북 음성군청에
사회복지 서비스 변경 신청을 냈다가 거절당했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윤씨는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한 군데 가둬두고 보호해야 한다는 발상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우리는 모두 남의 도움 없이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남들은 밖에 나가면 고생이라고 말하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모릅니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평생을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말이죠. 힘들더라도 내 삶을 찾고 싶어요."

온 몸이 심하게 뒤틀린 윤씨는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휠체어를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그러나 윤씨는 시설을 나가서 자립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날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반에 밥을 먹고 8시 기도가 끝나면 멍하니 앉아 있는 반복된 생활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배워서 장애인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는 게 윤씨의 꿈이다.

윤씨는 자신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을 해주고 임대 아파트를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러나 현행 국민기초생활보호법에서는 부양 의무자가 있는 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안 된다.
임대 아파트 역시 공급이 부족해서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9월 "사회복지 사업법 등에 국가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추상적인 의무일 뿐 주거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윤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김포 '향유의 집'에서 18년 동안 생활하고 있는 황인현씨가 관할 관청인 서울 양천구청에 낸 행정소송은 아직 진행형이다.
만 38세,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황씨는 직접 전동 휠체어를 조작해 외출을 다닐 정도는 된다.
황씨는 "편한 것도 하루 이틀"이라면서 "더 이상 집단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황씨는 "자립을 하게 되면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일상 생활이지만 이들에게는 투쟁의 대상이 된다.

윤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부모를 버려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1년에 두어차례 면회를 오던 그의 부모는
그가 시설을 나오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락을 끊다시피 한 상태다. 오죽하면 그를 시설에 갖다 맡겼을까.
윤씨나 황씨는 자립을 하고 싶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부모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임대 아파트가 절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장애인 수당을 더해 월 50만원 정도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고 활동 보조인이 찾아와 준다면 윤씨나 황씨 같은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게 현실이다.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가 대상이다.

결국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시설에서 평생을 보내거나, 두 가지 밖에 없다.
황씨는 "어차피 정부가 시설에 지원하는 돈이라면 충분히 장애인들 자립을 지원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장애인들을 안 보이는 곳에 모아서 가둬두고 싶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황씨는 "이번 재판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발바닥행동의 활동가 박숙경씨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면서
 "봉사와 헌신에 기초한 선한 사회복지 시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과연 그들의 삶이 과연 보편적, 정상적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선진국에서는 시설 중심의 복지정책을 폐기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지만
우리 정부는 시설 중심의 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이웃과 격리돼서 수백명, 수천명을 수용한 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하기를 바랄까.
아니면 비록 단칸방이라도 자립생활을 하기를 바랄까. 이들은 시설을 감옥이나 군대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좋은 군대라도, 아무리 좋은 감옥이라도 과연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군대나 감옥은 기한이라도 정해져 있만 이들은 아무런 기약도 없이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발바닥행동은 장애인의 탈 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체험 홈이라는 공동 생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이 곳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독립해서 사회로 나가게 된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지렁이의 꿈틀'의 주인공인 선철규씨는 "처음 체험 홈을 찾았을 때 놀랐던 건 구석에
가득한 전동 휠체어와 담배꽁초와 술병이었다"고 말한다. 이동할 수 있는 자유, 술과 담배, 친구들과 어울릴 여유까지도
 시설에서는 모두 금지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선씨가 시설을 나온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선씨는 말한다. "
어머니는 말씀하시죠. 집에 가면 부모님이 밥 먹여주고 일 나가면 땡이다. 갔다 오면 똥 오줌 다 치워주겠다.
그런데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그렇게 살면 시설하고 뭐가 달라. 난 퇴화가 되는 거야, 그대로.
" 선씨는 체험 홈 생활을 거쳐 현재는 단칸방을 얻어 독립했다. 활동 보조인이 찾아오긴 하지만 상당한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웬만한 일은 직접 처리한다.

1999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것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장애 당사자의 뜻에 따라 거주 지원 서비스를 하도록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른바 옴스테드 판결은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준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격리수용 자체가 차별이며, 국민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임성택 변호사는 "장애인 복지법에는 장애인의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주거지원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주거지원 없는 자립생활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법원은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거지원을 정부의 의무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립 생활권을 장애인의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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