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야기]

[미신고시설조사를마치며]그러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

  • 2010.11.26 17:37:54
  • https://www.footact.org/post/180
  • Print
DSCF8955.JPG

안녕하세요? 발바닥 효정입니다.

근 일주일만에 사무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습니다.

 

지난 봄부터 시작됐던 미신고시설조사가 바로 어제 경남 진주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이났습니다.

지난 반년동안 미신고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됨의 무게를 나눠주신 모든 분들에게

동지애와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마직막 조사가 이루어 졌던 진주에는 50여분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는 자료를 받았더랬습니다.

수요일 아침 조사원 16명이 아침 일찍 엘림의 집으로 이동을 했고,

극구 원장임을 부인하던 목사는 예배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장애인은 단 11명 뿐이었지만,

이들 모두가 성도라던 목사는 절대로 명단을 내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소리를 높이다가 어르고 달래 교적부를 받았는데 104명의 명단이 나오더군요.

그 중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단 50여명의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20여명은 시설에, 50명은 정신병원등에 입원시켜 놓았더군요. 

병원에 입원한 이들 대부분은 진주 시설조사 즈음에서 집단입원 되었습니다.

 

지난 반년동안 시설폐쇄가 되었던, 혹은 시설폐쇄가 진행중인 시설의 원장 목사들이

엘림의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되려 조사원들이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는다면 강하게 항의하던 그 곳에선

일상적 폭력과 성폭력이 이루어 지고 있었고

하루 몇 차례의 예배외에는 그저 벽을 마주보고 있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습니다.

깡마른 몸, 치아에 잔뜩 낀 치석, 모두 빠져버린 치아, 빡빡 깎인 머리카락, 멍자국..

 

다행히 지자체가 의지를 보여

첫날 7명, 둘째날 3명의 장애인이 이곳에서 나와 집이나 혹은 다른 시설로 임시 전원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지 못한 50여명의 장애인의 행방은 찾을 수 가 없었지요.

가슴이 참 아립니다. 오랜 시설조사로 "폐쇄"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기어코 사람들을 어딘가로 숨겨버린 목사.

인권과 사랑을 외치던 목사는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고 말했지만,

단 한 사람도 어떤 이유에서 얼마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모른다고 대답하는 원장의 얼굴은

그저 악마처럼 보일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장을 다음날 보여주겠다던 2차 조사 당일 목사는 행적을 감췄습니다.

 

대신, 조사원들이 거주인들을 강제로 데리고 갔다는 전화를 돌려

가족들을 시설로 보내더군요.

 

--

 

이 곳에는 수년간 성폭력을 당해왔던 이가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릴적 돌아가셨다며,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찾던 이는

이틀에 걸쳐 이곳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울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던 중 큰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인가 된 시설에서 그녀가 어릴적부터 성폭행을 당해왔고,

15-6세부터 성(性)을 알았다며, 때문에 지자체와 시설을 믿지 못하니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며 이를 차에 태웠습니다.

차량조회 결과 큰아버지는 또 다른 목사.

(큰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본 결과, 큰아버지는 그녀의 근황조차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미 엘림에서는 다른 성폭행이 일어난 적 있었고,

또 한 명의 피해사실을 숨기기 위한 목사와 친구 목사의 연극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를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한편의 안도감 곁엔

목놓아 울던 그녀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리도 불안하게 했는지 저는 아직도 알수가 없습니다.

부모를 잃던 순간부터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을지, 얼마나 아팠을 지..

그녀가 그곳을 떠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말은

"불안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조사원들의 사과였습니다.

 

그녀가 더이상은 아프지 않고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다시 시설로 보내질 그녀가 정말 아프지 않게 잘 살 수 있을까?

저는 역시 자신이 없습니다.

 

--

 

이번 시설 조사로 만났던 사람들은 600여명.

시설폐쇄를 진행하지 못했던 시설들이 많았고,

드러나지 않은 미신고시설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미신고시설을 조사하던 중 신고전환 된 시설들이 있었지만,

이들 역시 별반 차이 없이 운영하는 모습과, 이를 묵인해 주는 지자체.

 

이번 미신고시설 조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몇 개소가 폐쇄되었고,

그 과정에서 몇 몇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채 꺼내보지도 못한 채.

시설 벽과의 눈마주침을 삶의 이야기 전부로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의 역할도 까만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

 

그래도.. 그래도.. 힘을 내야겠지요.

그래서 그곳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르고..

더이상 그곳에서 갇혀 살지 않도록 머리를 쥐어짜내고, 목소리를 높여야 겠지요.

 

절망에 가득찬 눈으로 엘림의 집에서 함께 나와

허겁지겁 돼지국밥을 함께 말아먹고, 쑥스러운 웃음으로 자판기 커피를 나눠먹었던 그녀가 더이상은 아프게 살지 않도록.

함께 나오진 못했지만 아직도 갇혀있는 사람들의 삶이

곧,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표를 세울 수 있도록..

 

미신고시설조사는 끝났지만,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주저리주저리 긴 편지 글 마칩니다.

 

름달이 올림.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