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⑬ 조아라 : 사람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

  • 2025.05.17 1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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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활동가: 사람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혜화동성당 종탑 농성이 보름을 꼬박 채우고 해소된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습니다. 세 명이 모두 석방된 건 이제 막 일주일이 되었군요. 5월이 실감나지 않는 건, 아마 제 마음도 그간 하늘에 매달려 있었나 봅니다.


비가 올 때, 해가 쨍쨍할 때, 추울 때, 마음이 이렇게까지 애가 탄 적이 언제였나. 날씨가 어떻든 고공농성자들은 매일 아침 웃는 얼굴로 생존 신고 사진을 보내왔고, 자정 전후로 되면 종탑 위에서의 하루를 고공일기로 전해주었습니다.


거의 매일 종탑 앞에 갔어요. 미리 고백하지만, 이건 참 저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체력에 무리가 가는 움직임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종탑에 오른 3명은 매일 얼굴을 맞대던 동료들이었습니다. 시설을 나와 우리 곁에 온 초현, 밤마다 요상한 노크로 사무실을 열었던 푸름, 따뜻한 프라푸치노 같은 학인. 이들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 부재가 ‘영영’이 될까 두려워졌습니다.


두려움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펄펄 뛰게 만들더군요. 매일 저녁 7시, 고공농성자들이 하루에 딱 한번 사람을 만나는 그 시간이 제가 지켜야 할 자리 같았습니다. 머리로는 계산하지 못한 방식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고, 두려움이 연대로 바뀌고, 그 마음이 자리를 지키더군요

.

하늘 위에도, 땅 아래에도 탈시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발바닥 회원들을 포함해서, 매일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 종탑을 향해 휴대폰 플래시를 켰습니다. 발바닥행동이 20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사람을 외면하지 못한 사람들’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기쁘고, 버겁고, 슬프고, 가슴 벅찹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길을 헤쳐나가야 할 때 그 자리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종탑에서 힘차게 깃발을 흔드는 동료들을 지켜보던 그 자리, 동료들의 '괜찮다'는 답을 믿던 그 자리, 동료들이 아니라 정부와 종교,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깨달았던 그 자리.


그리고 바로 그 자리가 바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한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 그래서 싸움의 자리였음을 마음에 남겨봅니다.


?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⑬ 조아라 : 사람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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