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한 명의 동지와 이별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며 살던 김호식
동지.
병원 검안 결과로 4월 7일 새벽 1시경 심근경색과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4월 9일(토) 새벽 6시 30분에 발인, 용미리 납골당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장례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고인의 죽음을 알았습니다...
故 김호식 동지를 호식이형이라 불렀습니다.
'호식이형,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하면, 고개를 까딱하거나, 술 냄새 풍기며 쌩하고 지나갔습니다.
호식이형은 술을 먹으며 몸이 점점 나빠졌고,
야학에 처음 올 때는 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몇 년은 술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왜 술을 먹느냐, 그만 먹으면 안되냐'고 하기도 하고
'술 좀 작작 먹어라'. 협박하기도 하고요.
호식이형이 갔다는 부고를 듣고, 멍하다가... 형이 미워졌습니다.
그러게 술 좀 작작 먹지. 그렇게 얘기할 때 적당히 먹지...
이렇게 허망한 이별이 어디있나..
뭐 이런 게 다 있나...
그리고 화가 났습니다. 호식이형의 외로움에 화가났고, 외로움으로 몰고 간 사회에 화가났습니다.
운동의 집단적 영혼을 공유했던 호식형과 이별하며 운동의 영혼을 할당받은 나의 신체가 반응한 것인지
지하철에서 내 장애를 힐끗 눈칫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너희는 왜 이렇게 나에게 눈짓을 하느냐..'
'너희는 그 눈짓으로 호식이형을 쳐다봤겠지...'
끊임 없는 차별 속에 살면서, 술을 친구 삼아 살았던 동지의 상실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음입니다...
우리 운동의 영혼을 공유했던 호식이형을 함께 추모해주십시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故 김호식 추모식 >
□ 일시 : 2016.4.11.(월) 오후7시30분
□ 장소 : 노들장애인야학 4층

추신, 형의 인터뷰 글과 사진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