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⑤ 미소: 상상 속에만 있던 조직의 탄생

'시설을 나온 당사자들의 전국 조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활동을 하면서 상상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늘 여력이 없어 마음속 서랍장 한켠에 고이 넣어 두었는데요.

발바닥을 잠시 쉬고 돌아왔을 때, 상상 속에만 있던 그 조직이 탄생해 있었습니다. 바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입니다. 전국의 탈시설 당사자들의 조직이라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설렜는지 몰라요.

2023년 4월 13일, 서울시청 동편에서 열린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창립 1주년 대회는 제 마음속에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탈시설 동지들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청 동편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요.

고병권 선생님의 『묵묵』이라는 책 속 이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

시설이라는 공간 속에 가려져, 이 사회가 듣지 않았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서울 한복판에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시설에서의 시간을 견뎌내고 탈시설한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목소리는 내는 모습이 정말로 멋지고, 또 감동적이었습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시설 없는 세계’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동료들을 보며, 그 구호와 목소리가 더 멀리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발바닥행동 전·현직 활동가 이야기를 모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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