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규식 활동가, 나의 이동권 이야기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출간

  • 2023.03.27 14:30:13
  • https://www.footact.org/post/1611
  • Print
첨부파일


8143d638c3e8f37b097c4c382d94a4c1.jpg
 

이규식 활동가나의 이동권 이야기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출간


□ 장애인 없이 굴러가는 세상을 가로막아 새로운 길을 내고 싶었다

□ 시설을 나와 혜화역 리프트 사고를 맞닥뜨리면서도 이어간 이규식 활동가의 생애사

□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기 언어로 해석하고 동료들과 함께 기록한 집필과정

□ #이규식 #이규식의세상속으로 #나의이동권이야기 #투모사 #후마니타스


1. 공정 보도를 위해 노력하시는 귀 언론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한국 사회 최초의 장애인 탈시설 운동단체로 장애에 대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사람 그 자체만으로 존엄하다는 가치를 실천하고자 2005년 결성되었습니다그 누구라도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보장법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등 입법 활동과 자립생활 운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3. 2023년 3월 27일 출간되는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부제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매일 아침 5시 이동권 투쟁을 하며 써 내려간 이규식 활동가의 생애사와 이동권 투쟁 이야기입니다이 책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이자 뇌병변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자기 언어로 사회를 해석한 최초의 생애사이면서 그의 구술을 듣고 의미를 함께 기록한 동료집필진 김소영김형진배경내의 연대사입니다.

 

4. 2023년은 그가 시설을 떠나 탈시설 운동과 이동권 투쟁을 하며 사회의 장벽과 차별에 맞서온 지 22년 되는 해입니다매일같이 새벽 지하철 선전전에 나가는 그에게 시민들은 욕설을 하거나 혐오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하지만 그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하철 바닥을 기고 머리를 밀면서 장애인 없이 굴러가는 세상을 가로막아 새로운 길을 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5.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에는 시설에 갇혀있던 인생 전반의 삶과 1998년 장애인야학과 박경석 활동가를 만나며 시작된 투모사’(투쟁밖에 모르는 사람)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그렇게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내며 살아온 그는 세상이 만든 감옥에 갇혀 본 사람들손가락질당해 본 사람들에게 전하는 용기와 하루라도 더 앞당기고 싶은 꿈을 책에 담았습니다.

 

6. 2021년 12월 3일부터 지금까지 이규식 활동가를 비롯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활동가들은 새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거나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습니다이들은 줄곧 인간의 존엄이라고 적힌 붉은색 장미를 들고 있거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지키라는 스티커를 붙였지만 정부와 사회는 장애인권리협약 다 지키면 나라 망한다며 이규식 활동가를 비롯한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왔습니다.

 

7. “22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동안 내가 죄를 지었다면 대한민국이 죄를 짓게끔 만든 것 아닌가.” 잡혀가고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끝까지 확실하게 이동권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그는 왜 그렇게까지 싸우는가어떻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냐 우려하며 삿대질하는 사람들에게 왜 끝까지 설명하는가?

 

8. “모두 죽고 나 혼자 살아남았구나” 이규식 활동가는 책을 써나가면서 자신이 있었던 시설에서 함께 있던 장애인들이 이미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그래서 더욱 이 책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나장애인을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들이 꼭 읽어 주길 바랍니다또한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기는 세상이 듣길 바랍니다.

 

9.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작가 홍은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방송을 들었던 시민들탈시설과 이동권 투쟁을 뉴스로만 접한 시민들이 함께 읽어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제주 바다 위로 뛰어들어 구름처럼 둥둥 떠 있기를 즐기고반려견 두부와 티격태격하며 일상을 함께하는 사랑스러운 사람 이규식의 가슴 뛰는 일상들이 바꾸어 갈 당신의 인생과 우리의 세상을 기대합니다.

 

10. 귀 언론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도를 요청합니다.


  

 출간일 : 2023년 3월 27() / 서점입고일 : 3월 28일 ~ 29

 펴낸곳 후마니타스

 편집담당자 윤상훈 (02-739-9930, newmint@hanmail.net" target="_blank" style="color: rgb(17, 85, 204);">newmint@hanmail.net)

 책 값 : 17,000

 분 야 사회과학사회문제(장애)

 ISBN : ISBN 978-89-6437-430-6 04300 / ISBN 978-89-6437-417-7 (세트)

 

 판매처 :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25662

알라딘 http://aladin.kr/p/9zYak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043872


 책소개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fOPrMbbxATY

이규식_세상속으로_책소개영상.png 


■ 저자 이규식

말한사람 이규식듣고 적은 사람 김소영김형진배경내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중증 뇌병변 장애인이자 장애 운동 활동가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동권연대투쟁국장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음센터초대 소장이었고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했다재활원과 공동체를 전전한 인생의 전반부가 갇혀 있던 삶이라면, 1998년 5월 노들야학과 박경석을 우연인 듯 운명처럼 만나며 시작된 인생 후반부는 싸우는 삶이다시설에서 나온 이후 많은 것을 가로막았다지하철을 막고 버스를 막고 동료를 잡아가는 전경 버스를 막았다장애인 없이 굴러가는 세상을 가로막아 새로운 길을 내고 싶었다중증 뇌병변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여긴 것들에도 계속 도전했다휠체어를 끊임없이 개조하고바다 수영 하기를 즐긴다언젠간 스카이다이빙도 할 생각이다나에겐 노는 것도 싸움이기에싸울 때처럼 놀 때도 확실히 놀고 싶다그리고 무엇보다 혜화역 리프트 사고를 직접 겪은 피해자로서 이동권 하나만은 꼭 이루고 싶다그래서 오늘도 싸우고 있다.

 

듣고 적은 사람

김소영

장애인 지원 주택 코디네이터규식은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라기엔 규식이 나이가 많다). 규식의 간절한 눈빛을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기록에 참여했다(그때 거절해야 했는데). 쓰다가 많이 싸우기도 했다한 글자 한 글자 애써 말한 규식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김형진

이규식의 10년차 활동지원사. 2013년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그의 인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위치랄까그러다 보니 때론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작은 손짓발짓부터 말투까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규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안식년을 맞아 제주 삼달다방에서 노닥거리다 함께 머문 규식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인권 교육은 억눌린 목소리를 듣고 통역하여 다시 당사자와 세상에 돌려주는 일이라고 믿는다규식과의 작업도 그랬다세상에 없던아니 들리지 못했던 수많은 규식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겠다.

   

■ 책 내용

●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중증 뇌병변 장애인의 언어로 적은 생애사

● 대표적인 장애인 투사의 일상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한국 장애 인권 운동사

● 직접 쓴 책이자 그 혼자서는 결코 쓰지 못했을 책의 특별한 집필 과정

● 전장연 지하철 시위 현장을 지나쳐 가며이들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

 

 

1. 중증 뇌병변 장애인의 기록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기획재정부 장관 집에서 현행범으로 잡힐 뻔했는데 장콜(장애인 콜택시)이 안 와서 안 잡아갔다.”

이규식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yusig2), 2022년 7월 14

 

학교는 의무교육인데 왜 그때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벌금이나 죄를 묻지 않았을까내가 장애가 있어서였을까그러고 몇 년이 지나서 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또 아침마다 나가길래 어딜 가나 했는데 직장에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때 직장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 내 나이 열아홉 살에 처음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부모님이 시설에 데려다주셨는데 그날이 주일이라 목사님 설교를 듣던 중에 어머니아버지가 집에 가신 걸 알게 되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다른 사람들은 우는 내 모습을 보고 목사님 설교 말씀에 감동받아서 우나 싶었다고 했다… 똑같은 생활이 싫었다시설에서 나오기 전에 어머니한테 다시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했다그래서 다시 집에 왔는데 그때 우리 집에 계단이 많았다반층 정도 올라가야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아버지랑 어머니랑 동생이 1층에서 맨날 업고 3층 집 앞까지 왔다 갔다 해줬다그렇게 집 밖에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빙빙 돌다가 불빛이 보여 가보니 정립회관이었다안에 나 같은 장애인이 많아서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 들어가 보니 3층에 박(경석선생님이 있었다그때 박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해서 가보니 (노들)야학이 뭔지 설명해 주었다그때부터 야학이 뭔지도 모르고 다니게 되었다… 내가 혜화역에서 리프트 타다가 떨어지고그때부터 이동권연대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서울역 철로에 들어갔고 시청 철로에 들어가서 잡혀서 조사받았고 조사받을 땐 48시간 동안 못 나왔다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조사를 받았다… 수도 없이 도로를 막고 그 덕분에 장콜도 생기고 그 덕분에 저상버스도 생겼다.”

이규식의 페이스북, 2022년 7월 10

 

호소이자 외침이었다오랫동안 그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끝내 비집고 나온 말이었다그의 싸움이 라면서도 정작 그를 옮길 마땅한 이동 수단도 수감할 시설조차 마련해 두지 않은 사회의 뒤처진 풍경을 고스란히 비추는 문장이었고무엇보다 한번 보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글이었다. “22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동안 내가 죄를 지었다면 대한민국이 죄를 짓게끔 만든 거 아니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 말을 꺼내기까지 그는 어떤 싸움을 했고어떤 시간을 살았을까그의 세상이 문득 궁금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그는 손을 거의 쓰지 못한다왼손만 간신히 움직여 전동 휠체어의 기어를 조작하고 숟가락을 들거나 한다혼자 자판을 두드려 가며 책을 집필하기란 매우 어렵다그럼에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온통 채워진 일과를 보내는 틈틈이 컴퓨터에 자서전 폴더를 만들어 자료를 모으고 원고를 끄적여 왔다기억이 더 달아나기 전에 지나온 삶을 기록하고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싸움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말 한마디를 뱉으려면 힘을 짜내야 하는 언어장애가 있는 그에게여러 이유로 말하기보다 듣기를 선택해 온 그에게말보다는 몸으로 운동해 온 그에게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일은 평생 거의 없다시피 했다책을 쓴다는 건 그에게 낯설고 고단한 작업이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규식의 삶 또한 그렇듯이 책 역시 그 혼자 이루어 내지 않았다함께 기억을 더듬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규식도동료 집필진도 기꺼이 서로 의지했고 서로 배웠다집필에서 출판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이규식이 앞당기고 싶었던 어떤 미래를 보여 준다.”

본문 303, 304

 

장애를 이유로 사회적 말하기의 기회를 좀체 얻지 못한 이규식의 처지를 평소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있었다이규식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그의 10년차 활동지원사 김형진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며 이규식과 남다른 우정을 주고받은 김소영오랜 지인이자 인권 활동가인 배경내가 동료 집필진으로 결합했고이규식에게 친형보다 각별한 제주 삼달다방의 이상엽이 기획을 도왔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조각난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예전에 살았던 시설에 가보고, 22년 운동의 역사를 되짚으려 영상과 신문 기사를 찾아보거나역사적 순간들을 함께한 동료들의 기억을 청해 들었다동료 집필진은 이규식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적다가도때로는 되묻거나 다른 표현을 제안하면서 이규식의 문장을 찾으려 애썼다관련 자료를 검토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토론하며 문장을 수선해 갔다간신히 나온 원고 초안을이제 장애 인권 운동의 역사와 맥락에 넣어 살핀 뒤 이규식에게 보완을 요청했다그렇게 그 스스로 표현하길 평생 해온 말보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뱉어 낸 말이 더 많았던 시간을 거쳐읽는 사람의 무릎을 치게 하고 귀를 사로잡는 이규식만의 말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는 한 개인의 생애사인 동시에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차별의 그물망까지 드러낸 한국 장애 인권 운동사이다최초로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자신의 언어를 통해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고 사회를 해석한 책을 썼다는 점에서그동안 언어화되거나 기록되기 힘들었던 중대한 목소리의 공백이 비로소 메워지는 출발점이라고 할 만하다.

 

 

2. 행운을 제도로 바꾸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싸움

매일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지하철 선전전에 나가기 위해서다벌써 1년이 넘었다몸도 마음도 무척 고된 시간이었다

남몰래 이렇게 기도한 적도 있다활동지원사가 아팠으면내가 불러도 활동지원사가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하고그 핑계를 대고 안 나갈 수 있으니까그러다가도 기어이 일어나 집을 나섰다.”

본문 7

 

“1999년 어느 날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혜화역에서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그 추락 사고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촉발했습니다혜화역 2번 출구로 나가면 혜화역 장애인 휠체어 추락 사고 이후여기서 이동권을 외치다라고 적힌 동판이 있습니다서울 지하철 역사 가운데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가 생긴 곳이 바로 혜화역입니다.”

- 2023년 2월 10일 280일 차 혜화역 선전전에서 박경석의 발언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92)

 

법원에서 이동권이 인정된 첫 사례였다아찔한 사고였지만 타박상에 그쳤다니 기적이었고무엇보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더없이 다행이었다크고 작은 행운은 그의 인생에 여러 번 찾아왔다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던 시절, 7년 넘게 반복된 시설 생활이 지겨워 충동적으로 떠난 제주도에서는 생면부지의 청년이 3박 4일 동안 활동지원사처럼 동행했다시설에만 있지 말고 동네라도 돌라며 선뜻 전동 스쿠터를 선물한 사람도 있었다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다 운명처럼 만난 노들야학은 그에게 싸우는 장애인의 삶을 새롭게 열어 주었다아버지가 만들어 준 그의 첫 자립 주택’ 판잣집에는 파리며 모기에 뱀만 같이 지낸 게 아니라 서울에서 비싼 월세 내기 아깝지 않냐는 이규식의 꾐에 기꺼이 넘어온 야학 교사 동거인들도 복닥거렸다이동권연대이음센터발바닥행동 등에서 어깨를 맞댄 동료들은 지금까지도 그의 든든한 의지처이다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알리는 지하철 선전전에선 음료를 쥐여 주며 응원하는 시민을 만난다이규식이 매일 조금씩 더 자유롭게 이동할수록 그의 세상도 우리의 세상도 커져 간다.

 

자립을 하고 노들야학을 다니면서부터는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다오카리나도 사서 불어 보고 동료들에게 같이 가자고 닦달해 수영도 하고 목각 작업도 해봤다특히 휠체어를 몸에 맞게 개조하는 일이 제일 재밌었다휠체어가 아무리 장애의 특성과 다양한 몸을 고려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나에게 온전히 맞진 않았다의자의 기울기가 미묘하게 맞지 않아 조금 더 큰 바퀴로 앞바퀴를 바꾸어 달면 다행히 평형이 맞았다뻣뻣하게 굳어진 두 다리가 자칫 바깥으로 뻗치면 위험해서 휠체어 앞에 철판도 달았다직접 철공소에 가서 알루미늄 사고 용접소에 가서 용접해 달라고 말했다몇 번 고쳐 보기도 하고 직접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지금은 보기에도 깔끔하게가벼우면서 튼튼한 소재로 개조하는 법을 알게 됐다.”

본문 248, 249

 

다시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아두우울!!!!!!’ 셋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하늘을 날았고 잠시 후 물속으로 퐁당 빠졌다다른 사람들은 다이빙하면 몇 초도 안 돼 위로 올라오던데내 몸은 시간이 멈춘 듯 물속에서 올라갈 생각을 안 했다내가 느끼기에는 한 시간은 지났을 무렵그제야 물 밖으로 몸이 튀어 올랐다… 다이빙이 이런 느낌이구나그제야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혼자 막 웃었다이제 난 다이빙도 해본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다아직 한 번밖에 안 해봤지만자꾸 해보면 껌이겠지?”

본문 268, 269

 

처음으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고처음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처음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직접 샀을 때의 두근거림처음 바다를 봤을 때나 처음 캠프파이어를 했을 때 찾아온 설렘… 더 많은 설렘을 만나고 결국 그 설렘이 일상이 되기를그래서 장애라는 게 특별한 삶이 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

본문 210

 

설레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모두가 누리지는 못한다와이어가 끊어져 70대 노부부의 생사를 가른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건 이래로 지금까지 리프트 사고로만 다섯 명의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에는 집에 불이 났지만 채 5미터가 안 되는 출구까지 탈출하지 못해 결국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이 책을 준비하며 기억을 되살리고자 10대 후반에 머문 의정부 시설을 찾아가서는 그 당시 함께 지낸 장애인 대부분이 이미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행운은 저마다 다르게 주어지고부담은 아직도 가족에게 전가된다이동하다 목숨을 잃을 뻔했고 노는 것조차 싸움인 투모사’ 이규식의 지난 22년은 행운을 제도로 만들기 위해또 권리 중의 권리를 얻기 위해 몸부림한 시간이었다집이나 시설에 갇혀 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배우고놀고일하며한데 어우러지기 위해 만날 권리이동할 권리.

 

어느덧 50대 중반이다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죽으러 나갔던 10대의 이규식과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주어진 몸으로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데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살았다그러자면 내 몸이 아니라 세상을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했다… 나는 천사가 아니라 전사가 되었다.”

본문 281

 

천사가 아닌 전사로 살아온 내가 생을 마감할 즈음엔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으리라 믿는다저상버스가 지역마다 골목골목까지 누비고 장콜뿐만 아니라 일반 택시도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활동보조 시간도 필요한 만큼 주어지고 다양한 공공 일자리가 생겨나 일하는 장애인을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세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밥과 술도 같이 먹으며 어울려 지내는 세상수급비 깎일까 두려워 일을 포기하고 적은 수급비에 맞춰 꾸역꾸역 살아가느라 세상과 고립된 채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그렇게 지역사회에서 어울려야 장애인이니까 우습다병신이니까 못 한다.’는 생각도 점차 사라질 테니까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나아진 세상이 분명 되어 있을 거다지금도 이미 바뀌고 있으니까.”

본문 29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