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은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하라
2016년 5월 10일, 마포구청은 반복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적장애인거주시설 마리스타의집에 거주인의 전원조치와 시설장 교체를 요구하는 행정처분을 명령했다. 2016년 2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행정관할 기관인 마포구청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에 마포구청이 명령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마포구청이 행정처분 과정에서 보인 해괴한 행정처리와 줄곧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뻔뻔함에 일갈하지 않을 수 없다.
마포구청은 인권위의 권고사항 이행 통지를 받고도 △성폭행 피해자들을 가해자와 분리하지 않고, 개인별 상담에 기초한 지원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장기간 성폭행 사건을 목도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종사자를 새로운 시설장으로 임명 승인했으며 △인권위 결정문에 명시된 시설폐쇄는커녕 기능보강사업비를 지원해 시설을 리모델링하려고 계획한 것도 모자라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시설로 전원하는 어이없는 행정처리를 했다.
마포구청이 수수방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마리스타의집 시설종사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2명의 피·가해자를 퇴소시켰다. 행정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의 어떤 개입도 없이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의적 절차로 피·가해자를 퇴소시키므로 사건을 모면하려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타시설로 전원한 9명의 장애인 중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시설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행정처분내용을 보면 마포구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헌신짝처럼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포구청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시설을 폐쇄하기는커녕 기능보강사업비 지원 계획을 세워 시설 건물을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마리스타의집은 거주인 권익 옹호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전형적인 시설 배불리기 정책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마포구청은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시설로 전원 보낸 마리스타의집을 칭찬하기 위해 상을 주고자 하는가?
마포구청은 마리스타의집에 폐쇄 명령을 내리지 않은 근거로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6조의2를 꼽았다. 거주자 간의 성폭행 ‘2차 위반’으로 시설폐쇄가 아닌 시설장 교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22명이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면 최소 11번의 성폭행 참사가 있었다는 말인데, 2차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마포구청의 조항 해석이 기괴하다. 과연 사회복지사업법에 ‘사업’을 붙인 저의는 시설 운영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던가?
마포구청은 2012년 마리스타의집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확인하고도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사건은 참사로 번져 22명의 직접적인 피·가해자가 생기고야 말았다. 마포구청은 사람은 시설 안에서 살기에 너무 큰 존재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다채롭고 찬란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 시설이라는 무채색의 공간에서 살아갈 때 욕구와 관계는 폭력으로 변질된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몇 개월 시간 끌다가 담당 공무원 바뀌었다고 발뺌할 심산이 아니라면, 마포구청은 무지와 무책임의 알을 깨고 나와 참 행정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게 함으로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