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대문 '네팔타운'을 아시나요?

  • 2019.01.17 16: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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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동대문 '네팔타운'을 아시나요?

발바닥 회원님들, 다들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2019년이 시작된 후 인사를 드린다는 게, 쏟아지는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이제야 메일로 인사를 드리네요.

오늘은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책도 한 권 들고 왔습니다. 바로 발바닥 회원이시기도 하죠. 육성철님의 ‘동대문 네팔 타운의 희로애락’이라는 책입니다.

작년 10월 육성철님은 서울연구원과 함께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시리즈를 기획했는데요.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들의 삶을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육성철님의 이번 책은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148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총 인구의 2.9퍼센트로,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닌데요. 이러한 변화 덕분에 서울 곳곳에 외국인 마을이 자리잡게 됐고, 이에 맞는 특화거리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 ‘네팔 타운’, 연남동 ‘차이나 타운’, 동부이촌동 ‘리틀 도쿄’, 혜화동 ‘필리핀 마을’을 비롯해, 경기도 화성시의 ‘베트남 거리’ 등이 대표적으로 있습니다.

이 책은 외국인 특화 집단 중 하나인 동대문 ‘네팔 타운’을 집중 취재한 보고서입니다. 동대문역 3번 출구에서 동묘앞역 방향으로 이어진 길가에는 네팔 식당 및 가게들이 즐비해있고요. 창신 시장과 낙산 성벽 사이에 밀집된 소규모 봉제 공장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쪽방촌에는 네팔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대문 네팔 타운은 일종의 민족적 구역이고, 네팔 공동체가 친분을 강화하며 여가를 즐기는 공간적 매개체에 해당합니다. 육성철님은 동대문을 기점으로 살아가는 네팔 이주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네팔 이주민들의 삶의 갖가지 모습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네팔’이라고 했을 때, 히말라야 정도만 생각했지, 이 나라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게 사실인데요. 이 책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네팔인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옆에 앉아 직접 얘기하는 것처럼, 같이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리고 즐거워하게 됩니다. ‘뿌자’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 여상들의 인권 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나민경님, 한국 아이 셋을 두었지만 국외자로 살아가는 민수님, 최초의 합법적 이주 노조 위원장 우다야님, 네팔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는 영화감독 덤벌 수바님. 그 외에도 네팔에서 온 많은 이주 노동자들 분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이렇듯 동대문이 네팔인들의 거점으로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는데요.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합니다. 그러한 와중도 네팔인들에게 있어 동대문의 상징성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곳에서도 네팔인들은 도시의 주체로 부상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네팔 타운’이 있는 창신동 지역이 지금까지는 이주민 유입 등으로 용케 불황을 견뎌내고 있으나, 향후 개발 열풍이 분다면 가장 먼저 이들이 쫓겨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같은 사회 속에서 우리와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우리가 무심했던 건 아닐까요? 이주민으로서 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힘차게 살아가는 네팔인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바로 이것부터 네팔인들과의 연대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책 소개]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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