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발바닥행동입니다.
1. 오늘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일 6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전 11시부터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앞에서는
<몫없는 자들의 목소리>란 주제의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 기자회견이 있고
2. 12시 30분에는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폐지>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인간다운 품위를 지켜내려는 몸부림의 현장에서,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3. 기자회견에는 최근의 부산 형제복지원의 참혹함을 다룬 책 <살아남은 아이>의 공저자 한종선씨가 참여를 하고
또, 발바닥에서 일주일동안 법률봉사활동을 할 <사법연수생 18명>이 함께 합니다.
새롭게 함께 하는 분들 때문에, 바쁘고 생기있는 일주일이 될 것 같습니다.
4. 아래는 발바닥 회원이신 <이영남 선생님>께서 써주신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서평입니다.
오마이뉴스에도 기고를 했습니다. - 아래 글 참조-
5. 12월 12일(수)에는 3년간 탈시설을 지원했던 <주거복지 결과보고회> 가 있는 뜻깊은 날입니다.
2-30년을 시설에서 살았고, 이제 겨우 2-3년동안의 자립생활이지만,
사람들의 삶에는 많은 놀라운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확인하실 수 있는 자립니다.
6. 또한 저녁 7시부터는 <살아남은 아이> 저자와의 대화를
정동 프란치스코홀 2층에서 7시부터 진행합니다.
지난 저자와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분들은 꼭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주출판사와 발바닥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문의: 여준민 016-218-7044)
7. <살아남은 아이>를 문주출판사의 도움으로 발바닥에서 1만원에 판매합니다.
정가 14,500원인데, 널리널리 읽혀지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에 싸게 공급해주셨습니다.
이미 단체주문을 해주신 회원분들이 계십니다.
최용진 회원이 20여권, 박성민 회원 10권, 최호성 회원 10권, 김정환 회원 10권....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일독하신 후 서평과 온라인 서점에 한 줄 평쓰기도 부탁드립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관심사가 선거에 쏠려 있어 홍보가 많이 어렵네요.
우리들의 목소리와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1987년을 다시 기억하는 방법,... 타자의 자기기록
- 도가니 사태 이후,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탈시설의 역사 -
이것은 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말하는 것이며, 어떻게 죽었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생존자의 수기가 아니라 조영래-전태일의 역사처럼 살아남은 자, 살아왔던 사람들이 함께 쓴 기록이다.
현재를 말하는 책이며,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말하는 기록이며, 고통 속에서 더욱 빛나는 우애가 자락에 깔린 ‘탈시설의 역사’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은 현재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가 무엇인지조차 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기억하는 것임을 매우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전규찬 교수는 자평하기를,....
이 책은 누군가, 그러니가 ‘내가 아닌 과거의 누군가’가 지옥-시설에 갇혀서 고통을 당한 기록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일 간단한 것은 이 일은 나와 상관없다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한종선이라는 사람의 개인적 문제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아직도 25년동안이나 언론매체나 국민들이 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죽을 때까지 해볼 거다.’
마치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등장하는 것처럼, ‘사회를 불순하게 하는 자들’이 부랑자로 갇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 전두환이 ‘부랑자 처리를 통해 사회를 정화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린 이후로 부산 형제복지원 같은 감금시설이 활발발해졌다.
국가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가기 시작했고, 국가권력의 상시적 비호가 자행되었다. 사람들의 ‘사회적 위생관념’도 있었다.
그리고, 일부 문제 있는 시설이 문제이지 사회복지시설은 기본적으로 정당하다는, 그러면 무슨 대안이 있느냐는 주류담론도 견고했다.
이런 방식으로 ‘시설’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기반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사회정화’라는 보다 근원적인 프레임에서 박정희-전두환과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미셸 푸코의 지적처럼, 우리는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라는 더 세련된 감시와 처벌 속에서 살고 있는건 아닌지,...
지금이야 사회정화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을 대체한 세련된 말들은 지금 우리 곁에서 당연한 관념으로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가 참 어려웠다. 영화 도가니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나, 영화 ‘남영동 1985’를 볼 수 없었던 것이나,
의자놀이를 제대로 읽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형제복지원 내부의 잔인하고 잔혹한 폭력장면를 접한다는 것이 우선은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공포스러웠던 것은 ‘그 이후 생존자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1987년 당시 사회문제화 되어 시설이 폐쇄되었고, 시설거주자들은 다른 시설로 분산배치되었다.
또는 다시 부산역으로, 부산의 거리로,... 그렇게 사회로 나갔다.
이제는 극단적인 구타, 감금 등의 비인간적인 처사는 없었다. 그러나 한종선은 사실상 제2의 시설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그와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설폐쇄 이후’ 한종선을 까맣게 잊고 있었고, 심지어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점이 읽힌다.
그 점이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를 대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대면하지 않으면 변화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단체이든, 국가이든, 매우 철저하게 기록을 남기지 않는 문화를 당연시 한다.
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하면 새삼스럽게 왜 이제와서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특히 타자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자기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존재를 확인하는 길이다.
동일자는 타자를 기록하지 않는다.
국가는 한종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대신 한종선을 관리한 기록만 남길 뿐이다.
반면 한종선은 기록을 남겼다. 이 점이 참 중요하다.
전태일 평전, 남영동 1985, 도가니, 의자놀이, 살아남은 아이,... 이런 기록이 있어 우리는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이제 탈시설의 역사를 써야 한다.
사회복지라는 미명으로 시설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그런 섬찟한 감시와 처벌을 근원적으로 대면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살아남은 아이>>는 이런 점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글 이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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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남 선생님은 발바닥 회원이시고, 지난 해부터 시설에서 나온 분들의 스토리텔링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전 국가기록원 학예관이었으며,<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란 저서가 있고
상반기 한신대 기록관리학과 대학원생들과 시설인권침해역사 정리를 함께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현재 건국대 강의와 홍성 풀무학교 전공부 역사를 담당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