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야기]

뺑뺑이 인생에 종지부를 찍자! -미신고시설 조사를 다녀와서-

  • 2010.08.26 14: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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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입구

 

거주인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





발바닥행동의 김정하입니다.

안식년휴가를 다녀오고, 복귀한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혹, 복귀 인사 못한 분들께는 꾸벅^^)

밖에 비가 억수같이 오다가 이제야 잠잠한데,

퇴근을 하려다, 여러 동지들과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어 다시 컴을 열었습니다. ^^;;

 

요즘, 전국의 미신고시설 조사를 다니는데,

어제 간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해냄 공동체”였습니다.

29명의 장애인이 등록된, 우리가 간 날엔 19명이 살고 있고 (이중 5명은 비장애 아동청소녀(년))

10명은 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었습니다.

 

숙소는 콘테이너 박스에 선풍기 하나, 비닐하우스로 덮힌 움막 같은 공간,

상수도 설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재활용사업장을 한다는 이유로 쌓여있는 쓰레기들,

늦은 밤까지 노래방을 돌며 캔을 수거하고, 약국을 돌며 약병을 수거하고,

콘테이너 숙소 바로 옆에 쌓인 쓰레기더미속에서 병뚜껑이나 캔 등 돈 될 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이곳에서 일한지 십여년이 된 지체장애 아저씨가 받은 노동의 대가는 없었습니다.

정신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노동의 대가도 없었습니다.

시설에서 보유한 차량은 16대,

재활용품 수거를 위해 차는 필요했으되,

그곳의 사람들은 콘테이너 박스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무급으로 일했습니다.

 

장애인 미신고시설이었지만,

노인도 있고, 비장애 아동청소녀(년)도 있고, (그중 한 아이는 고양시가 가정위탁으로 의뢰했다합니다--;;)

꼭 정신의료기관에 있어야 하는 정신장애인도 있고,

시설에서 의뢰하여 장기간 근처의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고,

면담을 하는 동안 청소녀들의 방 안에는 쥐가 왔다갔다 합니다.

면담을 하는 우리는 놀래고,

늘 그런 공간에서 살아왔던 청소녀들은 아무렇지 않아했습니다.

 

하지만 원장이 자랑하기를,

이곳에는 경기도의 41개 중고등학교가 네트워크 계약을 맺어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개별적으로나  학교차원에서,

또는 학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라면서

학교에서 보낸 어마어마한 양의 공문 뭉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지부가 지정한 푸드뱅크 사업자라면서 복지부가 만들어줬다는 현판을 자랑스럽게 보여줬습니다.

더욱이 원장이 자랑하기를 사법연수생들이 년간 600~800명이 다녀간답니다.

모두 너무너무 감동받아서 간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말하더군요, “사람들이 왜 해냄 공동체를 계속 오는지 아냐”고.

 

‘당연하죠. 그건 가장 열악하기 때문이죠.’

시설장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내야 했던 나는 속으로만 말했습니다 --;;

‘그러나 당신은 보통 사람들의 그런 선량한 마음을 이용한 나쁜 사람입니다’

 

결국, 해냄공동체는 조사를 간 당일로 폐쇄조치가 취해졌고,

사람들과 가족들의 의사를 물어 일부는 근처 법인시설로 전원조치,

일부는 가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곳의 아동청소녀(년)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고,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퇴원하면 다시는 ‘해냄공동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했지요.

 

폐쇄조치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밤늦게 시설을 나서는데,

우리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열악한 장애인시설 형태를 유지하면 할수록

오히려 각종 자원봉사와 후원 및 재활용품들을 모으기 유리한 상황들,

그것으로 사업수익을 남기고,

오랜 기간 열악함을 견디는 시설장은 ‘사회적 천사’가 되고,

오랜 기간 열악함을 견디고 사는 ‘사람들’은 박복하고 불쌍한 인생이 되고...

도대체 ‘자원봉사’가 뭐야?

푸드뱅크를 어떻게 봐야해?

사법연수생들은 왜 감동만 받고 문제의식은 느끼지 않았을까?

 

까만 봉다리에 자기 짐이라고 옷 몇가지를 싸들고,

다른 시설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른 사람들,

그들은 왜 또다시 시설로 가야하나?

언제라야 이들의 인생에서 이런 뺑뺑이가 끝나나?

 

어젯밤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우리 마음처럼 다시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

 

메일을 보내려고 보니, 이거원..... 쩝..

이야기가 넘 무겁네요. 으앙^^;;;

 

그!! 래!! 서!!

오늘 우리가 던진 질문들을 새기며,

우리 모두 열심히 활동하자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

 

그럼, 전 비도 오는데 분위기 그만 잡고 퇴근하겠습니다.

울 모두 수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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