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야기]

염형국회원님의 [이음여행] 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 2010.11.22 13:32:56
  • https://www.footact.org/post/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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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의 여준민입니다.
발바닥 회원활동 담당자이지요.^^

제가 얼마전부터 페이스북이라고 하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요,
오늘 들어가보니, 우리의 회원이신 염형국 변호사께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
지난 주 화-목에 있었던 <이음 여행>에 대한 소감? 내지는 의미? 를 담은 글을 쓰셨네요.
읽어보면...실은 발바닥이 중요하다, 라는 내용이라 공감(?^^)이 되면서도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낯부끄럽기도 하지만
<탈시설>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신 것 같아
공유하고 싶어 보냅니다.

그 <이음여행>에서 정말 세상 인연이라는 것이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7월에 화성 <참빛의 집>이라는 미신고시설을 조사했고,
터무니없는 시설장의 반발로 이튿날까지 조사를 했는데,
무자비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보장구가 없어 모두들 방에서 하루종일 우두커니..대화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자폐가 심하다 싶으면 그냥 결박해 두는 상황...
"니들이 뭘 알아?"라고 외치는 자원봉사자라 하는 사람들...

저희는 즉각적인 폐쇄조치를 취했고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전원조치(다른 법인시설로 3-4명씩 이사를 하는...)가 취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제가 만났던 분을 <이음여행>에서 만났습니다.
40대 중반인 그 언니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금새 떠오르더군요.
말도 안하고 무표정으로 조용히 있던...휠체어가 필요했지만
아무 것도 없어 방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만 있던 김00언니.

그 언니를 만난 것입니다. 서울 한복판 여성플라자...
그것도 자립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요.
너무 신기하고 신났습니다.
그새 언니는 새롭게 간 시설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안 후배가 <이음여행>을 소개해줘,
본인이 직접 신청해 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시고 소극적이셨는데
우리가 서로 알아보는 순간...너무 반가운 마음에 언니도 마음을 놓는 것 같았습니다.

만일...시설조사를 나갔다가 그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이런 자리에서 언니를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언니는 자립에 대한 꿈과 기대를 더 오래동안 참아야 했겠죠.

암튼...몸은 힘들었어도 내내 행복했던 <이음여행>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구요.
그럼, 염형국 변호사의 글을 첨부합니다.

***

장애인시설에서 평생을 사는 중증장애인과 나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나의 가족도, 나의 친구도 아닌 그들이 장애인시설에서 한평생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는 그들을 위해, 그들도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우리와 같이 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끈을 이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의 처지를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한 명이라도 더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요.
바로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줄여서 ‘발바닥 행동’ http://www.footact.org)’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발바닥 행동이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이 만나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친구 혹은 멘토가 되어 함께 자립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름하여 ‘탈시설자립생활 활동가대회 이음여행’!
제 짐작으로는 ‘이음여행’의 의미가 시설과 지역사회를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래서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3일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전국에서 모인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원치 않았던 시설입소, 가족과의 헤어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십수년의 세월들에 대해, 그 외로움과 아픔을 서로 나누었고,
시설에서 나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립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하였답니다.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날로 먹는 바자회'를 연다고 하여
공감에서도 많지 않지만 쓰던 물건들을 모아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발바닥행동에서 저에게 그분들을 위해 탈시설소송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였는데
정해준 시간이 일정상 맞지 않아서 그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탈시설정책위원회만 잠시 소개하기 위해 둘째날 방문을 하였습니다.

서울여성플라자 1층에 있는 대회의장이 수십대의 전동휠체어로 빽빽이 들어찼습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발바닥 행동 활동가들은 행사를 진행하랴, 중증장애인들 활동보조하랴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증장애인참가자 55명이나 되었는데, 예산이 빠듯하여 활동보조인은 단 13명 뿐이어서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보내고 있었다구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미안하고, 감사하고, 짠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행사를 하는 것에 마음을 나눠준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떡을 맞춰서 보내주신 분,
이런 행사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려주신 분,
사진촬영을 도맡아서 해준 사진작가 분들,
자원해서 공연을 해주신 분들,
지역 참가자들을 위해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들 등등...
이런 분들이 있기에 어렵고 힘들어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재밌는 후일담으로 이번 행사기간 동안 중증장애인 참가자들 중에 두 커플이나 탄생을 하였다고 하네요.
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성 간의 사랑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저는 행사에 다녀오면서 ‘연대의식’ 내지 ‘박애’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대의식과 박애가 참 좋은 말이지만,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불의를 보고 분노하기는 쉬워도 불의에 맞서 싸우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쓰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몸을 아끼지 않고 그러한 일에 뛰어든 ‘발바닥 행동’ 활동가들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발바닥행동에서 오는 12월 16일 저녁 8시에 조계사 내에 있는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후원콘서트를 한다고 하네요.
시설에서 평생 살아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장애인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그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발바닥행동의 활동가들이 외롭지 않도록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발휘해주실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글 -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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