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2019 수용소 다크투어 2편: 동두천 몽키하우스

  • 2019.06.09 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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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2019 수용소 다크투어 2편: 동두천 몽키하우스

6월 8일 토요일에는 동두천을 다녀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투어를 신청해주셔서, 다 같이 미군과 관련된 수용소 역사 현장을 방문하고, 당시에 피해를 입었던 분들의 상황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두천이란 곳이 미군과 함께 발전해온 도시이다 보니, 미군 주둔과 관련된 명암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 중 가장 끔직한 것이 바로 낙검자 수용소, 곧 ‘몽키하우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1960년대 박정희정권은 미군의 요구를 수용하며,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낙검자 수용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낙검자, 그러니까 성병 검사에서 탈락한 여성들을 수용소에 가둬놓고, 강제적으로 페니실린을 투여했습니다. 그 방식은 한국의 공무원이 성병 검진증이 없는 여성을 무작위로 잡아들이는 ‘토벌’, 그리고 미군이 성병이 있다고 지목하면 바로 잡혀가는 ‘컨택’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일단 수용되면 외부와의 연락은 철저히 단절되고, 매주 2회씩 치욕적인 성병 검사와 함께 페니실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고 합니다. 주사가 얼마나 독했던지, 급성쇼크로 하루 종일 제대로 걷을 수 없을 정도고, 실제로 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몽키하우스’라는 이름 또한 억울함과 고통으로 밤마다 쇠창살을 붙들고 울었던 여성들이 마치 울타리 안에 있는 원숭이 같다고 해서, 혹은 페니실린 부작용으로 허리가 굽은 모습이 마치 원숭이 같다고 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옛 양주군(현재는 동두천시) 낙검자 수용소, 그러니까 몽키하우스는 2층 규모의 건물로, 아직도 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당시에는 낙검자 수용소 주변으로 철조망이 가득했고, 건물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정문, 그리고 바로 옆에 수용된 여성들을 감시하는 초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번 다크투어를 통해 우선은 기억하고 싶습니다. 동두천에 있는 낙검자 수용소, 아직도 많은 동두천 시민들은 이러한 ‘흉물’을 부수자고 말합니다. 자랑스럽지도 않은 역사인데, 왜 굳이 이런 폐 건물을 놔두냐는 말이죠.

그래서 이번 투어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정부에 의해 전국적으로 운영된 낙검자 수용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픈 역사를 기억할 그 어느 곳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몽키하우스마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라진다면, 그래서 이와 관련된 그 어떠한 진실도 규명할 수 없다면, 당시 국가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수많은 기지촌 여성들의 목소리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먼 훗날 이러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자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탈시설 운동을 하는 발바닥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결정이라면 존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모든 사실이 철저히 은폐되고, 다른 한편으로 왜곡된 상태에서 정책결정자 몇몇의 판단으로 이뤄진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촉구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제한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소중한 주말 동안 시간을 내주신 참여자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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