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⑨ 문혁: 그곳에서 A를 만났습니다.

  • 2025.04.30 1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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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⑨ 문혁: 그곳에서 A를 만났습니다.


2015년 가을, 인강원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철문에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같은 푯말들이 가득했습니다.


현장은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폭행과 폭언, 잇따른 비리 혐의로 시설 폐쇄가 결정됐지만, 인강원은 가족들을 앞세워 저항했습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현장 조사를 나온 서울시 공무원이 제지했습니다. 그러나 그 공무원보다 선배 공무원 출신인 신임 원장은 조사를 막아서며 입주민 보호자들을 방패처럼 내세웠고, 함께 일했던 이는 “이 사람이 이럴 줄 몰랐다”며 치를 떨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A를 만났습니다. 깡마른 몸에 유난히 하얀 얼굴을 가진 A는 철길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남성 거주인 방 창밖으로 도봉산역을 지나는 지하철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는데요. 저는 A가 시설에 있는 동안 반나절 자립 체험을 함께했습니다. “좋아요”, “싫어요” 짧은 말로 표현했지만, A는 분명히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0년에 다시 A를 만났습니다. 자립생활주택에 막 입주한 그의 자립생활 초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아주 많은 일들 가운데 아직도 미스테리한 건, A가 혼자 KTX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녀온 일 입니다.


지금 A는 지원주택에서 살아갑니다. 일도 하고, 일이 끝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들러 인사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가 쉽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말이 유창해졌습니다.


“오늘은 일했어요? 힘들면 집에 들어가서 쉬어요! 나는 지금 00역이에요.”


A는 하얀 얼굴만 그대로고, 나머지는 다 변했습니다.


"밤이 길어도 아침 해는 뜬다."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아무리 탈시설을 욕하고 발바닥을 비웃어도 결국 정의는 탈시설이고, 발바닥 입니다. 그런 발바닥은 제게 무엇이 옳은 길인지 가르쳐줬습니다.


?발바닥행동 전·현직 활동가 이야기를 모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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