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⑪ 송효정 : 발바닥을 그만둔지 십수년, 끝난 줄 알았던 ‘탈시설’
- 2025.05.09 15:22:27
- https://www.footact.org/post/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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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행동에서 주로 시설 내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몇 해 동안은 사실 신났다. "이 처참함을 눈에 더 담아, 말과 글로 사회에 폭로하리라, 그리고 그 삶들을 변화시켜야지."
수도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장구벌레가 담긴 물로 식수를 대체하는 상황을 함께 목격한 상황에서도 복지부는 미신고 시설 폐쇄를 반대했다.
‘입양한 내 자식’이라고 친권을 주장하며 목울대를 세우던 원주귀래사랑의집 장목사는 수십년동안 근 30여명이 입양했으나 조사 당시 단 네 명의 자녀만이 생존한 상태였다.
장목사는 매달 수급비 등의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수백여만원을 수령했는데, 수급비가 지급되던 각 주민번호는 해당 생존자와 성별조차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자체는 지원계획보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늘 잔인하리만치 무능했고, ‘불쌍한 이웃에게 집을 내어준 시설장’들에 대한 사회의 인정과 친절은 지나칠 정도로 넘쳤다.
당시의 시설을 떠올리면, 일관되게 그곳을 덮고 있던 냄새가 먼저 코에 스친다. 대부분의 시설들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운영됐고, 거주인의 삶은 처참했다. 마치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답지 않을 수 있는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냄새 다음으로 사람들의 피부와 눈빛이 떠오른다. 상처들이 덧입혀진 피부와 남녀노소 상관없이 짧게 밀리거나 덥수룩한 머리카락, 굳은살이 뒤덮은 손과 발, 빛 꺼진 무엇인가에 취한듯한 눈.
시설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조사지에 적인 항목들에 따라 질문을 하고 말을 듣고, 기록하는 시간보다 몸에 남은 흔적들로 미뤄 삶을 짐작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사용했다. 눈에 담는 시설 안 사람들의 삶이 많아질수록 버거웠다.
발바닥을 그만둔지 십수년, 끝난 줄 알았던 ‘탈시설’이 활동의 중심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발바닥행동을 떠난 이후에 발달장애인 자기옹호운동인 피플퍼스트에서 활동을 잇고 있다. 피플퍼스트 운동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권리가 바로 탈시설인데, 발달장애인의 삶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설이라는 구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위치에서의 탈시설운동이 조금 새롭다.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이 바로, 언젠가 내가 시설에서 만났던/을 ‘자신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시설생존자들이니까.
발바닥행동이 이끌어온 탈시설 운동의 역사가 말할 기회조차 없었던 나의 동료들을 무대에 세워 함께 새 역사의 장을 쓰고 있구나, 힘차게 버텨주고 여전히 계속되어 고맙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로운 삶, 시설밖으로’란 구호 아래 탈시설 운동이, 인간다움에 대한 가장 본질의 운동임을 깨닫는다.
?발바닥행동 전·현직 활동가 이야기를 모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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