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20년, 마지막 시민을 향한 걸음 ⑲ 김정하: 발바닥이 짊어진 십자가
- 2025.06.02 1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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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발바닥행동은 족벌 운영하는 대형 사회복지법인의 비리와 인권침해를 척결하겠다고 한여름 뙤약볕에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겨울 폭설로 천막이 무너진 다음에야 농성을 마무리했다. 비리를 저지른 이사장은 감옥에 갔지만, 이사장이 장애인 밥값을 빼돌려 미국에서 유학시킨 아들이 돌아와 그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족벌 운영은 이런 것이었다. 공기업보다 더 많은 국가 지원을 받지만, ‘복지사업’이라는 명분이 사유화를 눈감아주는 영역.
다음 해엔 두 명의 시설 장애인이 발바닥행동을 찾아왔다. 또 다른 족벌 운영하는 대형 법인의 이사장과 사위, 딸, 부인이 허위로 인건비를 받고, 장애수당과 후원금을 빼돌리고(…) 아뿔싸, 또 시작이었다. 그렇게 다시 족벌법인과의 투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그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당사자들이 투쟁의 중심에 섰고, 직원들과 여러 단체들의 연대로 비리 주범인 설립자(실질적인 대표이사)를 감옥에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위가 대표이사가 되었다. 다행히 몇 달 뒤 사위도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대표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이 법인이 바로 석암재단, 이제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다.
2007년 투쟁이 시작되어 2025년이 된 지금, 프리웰은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을 추진하고, 주거복지의 신모델을 만드는데 앞서가는 법인이 되었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장애인거주시설을 법인 스스로 문 닫았다. 이어 국토부의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장애인 자립특화 주택)으로 “여기家”라는 이름의 주택도 건설했다. 여기家는 자립하고자 하는 장애인과 아동양육가구, 1인 가구가 함께사는 소셜믹스형 사회주택의 한 형태이다.
인권단체인 발바닥행동이 사회복지법인의 운영까지 맡는다는 것은 어쩌면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었다. 기성화된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다 보니 버거웠고, 법인 자체를 운영하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인권단체로서 법이나 제도, 예산을 만드는 것만큼 복지 현장을 일구고, 좋은 지원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도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탈시설 권리를 왜곡하는 집단으로부터의 비난은 프리웰 법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고, 그 중압감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바닥행동은 수많은 사회복지법인들이 시설운영이라는 기존의 질서에 머무르며 제도의 한계를 탓하는 현실에 맞서, 아니다, 주체들의 노력으로 탈시설 권리가 보장되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것 저것 재다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프리웰과 여기家와 같은 수많은 시도들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여전히 ‘진행형’인 프리웰과 여기家, 그리고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시도들. 이런 일들을 해내야 하는 것야말로 발바닥행동이 짊어진 십자가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동료들과 춤추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다.
?발바닥행동 전·현직 활동가 이야기를 모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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