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야기]

[일인시위 7일째] 길거리에 나 앉거나 지옥 같은 시설로 갈 수밖엔..

  • 2012.01.03 1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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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탈시설장애인주거대책촉구 1인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오늘로  7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번주 부터는 12:00~13:00 에 진행됩니다. 

오늘은 서울시탈시설장애인당사자모임 "보금자리" 윤국진씨가 1인시위를 진행했습니다. 

- 서울시 체험홈 입주 자격 확대 및 물량 확대하라!!

- 서울시 자립생활가정 입주 자격 및 물량 확대하라!! 

- 중증장애인 전세주택제공 사업 물량 중 탈시설장애인 할당하라!!
 
- 체험홈, 자립생활가정 입주 대상자 서비스 지원 확대하라!!


< 당사자 편지글 > 


사랑하고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께

박원순 시장님께 드릴말이 있어 몇 자 적어 올립니다.

먼저 저의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1급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시설에서20여년 생활하다가 자립생활한지 만1년여 가까이 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거복지 사업을 통해 내년 12월까지 주거를 지원받아 생활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책이 없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가 없습니다.

제 손발로 물 한잔 대소변도 해결할 수 없는 몸이기에 시장님께서 도와주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 앉거나 지옥 같은 시설에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절대로 일어나면 않되기에 시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꼭 들어 주세요.

2011년 12월 7일

윤국진올림

< 삶의 이야기 >

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보다는 시설로..

어렸을 때 아는 아주머니가 돌봐주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가 이야길 하더라고요. 

집에 있으면서 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보다는 시설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집에 있으면 동생들이 힘들어진다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늘 집에서 생활해야 했고, 어머니 아버지는 집에 안 계셨으니까요. 

시설에서 하루, 이틀, 삼일.. 가족들 생각에 밤마다 울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능력도 없는 내가 먹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인데.. 

그렇게 시설생활에 적응해 갔어요.


충격, 배신감..

2004년 한 단체를 알게 되었어요. 

자립생활 교육도 받고 여름캠프도 참여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란.. 저에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나 같은 중증장애인은 시설에서 평생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시설이 내가 살 수 있는 전부인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중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요. 

10년 넘게 잘 살고 있다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리고 마음 한 켠에서는 배신감도 들더라고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나 같은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요. 

늦었지만 찾고 싶었어요. 포기했던 내 삶을..


최소 500만원?!

나가야 겠다 생각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우선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잠시가 아닌, 오랜 기간 머무르며 살 수 있는 공간이요. 

무작정 알아봤지만 집을 구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리저리 알아보니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라는게 필요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최소 500만원이라는 이야기에.. 에효.. 제가 뭔 돈이 있겠어요. 

시설에서 돈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죠. 

부끄럽지만 그때 통장에 있는 전 재산이 8만원이었어요.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동생에게 전화를 했죠. 

나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 집을 구하려니 돈이 필요하다. 돈 좀 달라고..

 동생은 제가 시설에서 나오면 자신에게 짐이 될꺼라 생각했나봐요. 

반대하더라고요. 모아놓은 돈도 없고, 동생도 도와주지 않는다 하니 제가 어쩌겠어요. 그렇게 다시 시설에 눌러앉아버렸죠.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그리고 소송

2009년 12월이었어요. 같이 시설에서 살고 있던 친구랑 탈시설정책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음성군청에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을 했어요. 

자립을 하려면 공간에서부터 돈, 그리고 활동보조 등 필요한게 많이 있잖아요. 

저는 이게 시설에서 제공되고 있었으니 이걸 지역사회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였죠. 

간단하잖아요? 그런데 음성군청은 끝끝내 서비스제공 관련 답변을 않주더라고요. 

그래서 별 수 있나요. 소송까지 갔죠. 서비스변경신청에서 소송까지 일년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판사는 우리의 취지는 잘 알겠데요. 

그런데 음성군에서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패소한거죠..


자립은 했지만...

다행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주거복지 사업을 통해 올해 1월 자립할 수 있었지만, 

이것도 2012년이면 끝나버리네요. 어찌 살아야 할지.. 

매월 적은 금액의 수급비를 쪼개고 쪼개 적금도 들고, 청약도 들었지만, 얼마 되진 않아요. 

잃어버린 나의 삶을 찾기 위해 시설에서 나왔지만, 지원이 끝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시설에서 나와 생활하며 힘든 점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틀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행복해요. 

계속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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